힘들고 즐거웠던 군대 생활을 추억하면 생각나는 노래 세 곡
대한민국의 남자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를 간다. 나도 군대를 갔다 왔다. 군대 하면 군가가 생각나겠지만 나에겐 군가 이외에도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이등병 때 맨날 춤을 추라고 시켰던 말년 병장이 생각나는 노래, 아침 구보를 하면서 불렀던 노래, 힘든 해안 근무를 하면서 힘이 됐던 노래가 생각난다.
1. 밤마다 춤췄던 해결사
자대 배치받은 첫날, 행정반에서 자기소개서 같은 걸 작성했다. 사회에서 무엇을 했는지 적는 서류였던 것 같다.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적는 것도 있었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사실대로 다 적었다. 대학교 때 댄스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걸 말이다.
이 내용을 우리 소대 최고참 병장이 알게 됐다. 저녁이 되면 나를 불러서 춤을 추라고 했다. 그때 그 노래가 신화의 '해결사'였다. 최고참이 좋아하는 노래였고 마침 나는 그걸 출 수 있었기에 불려 가면 이 노래 춤을 췄다.
마지막까지 난 너를 포기할 수 없어
더 이상 주저 하지 마
다시는 쓰러지지 않게
또 우린 다시 일어서야 해
후렴 부분 가사를 직접 부르면서 많이 췄던 것 같다. 말년 병장이 전역할 때까지 불려 가면 매번 해결사를 췄다.
덕분에 귀여움을 받기도 했지만 그 당시가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 선임이 전역한 후 나의 해결사는 끝났다.
2. 아침 구보와 함께한 피구왕 통키
내가 선임이 되고 아침 구보를 할 때마다 피구왕 통키 주제곡을 불렀다.
군가도 좋아했지만 이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더 좋아졌다.
아침 해가 빛나는 끝이 없는 바닷가
맑은 공기 마시며 자아 신나게 달려보자
너와 내 가슴속에 가득 품은 큰 꿈은
세계 제일의 피구왕
첫 가사가 항상 가슴에 남았다. 아침 구보에 어울렸고 신나게 아침을 여는 기분이었다. 힘든 군생활을 어떻게든 즐겨보려는 나의 노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후임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즐거웠다.
다른 만화 주제가도 불러봤지만 피구왕 통키 노래만큼 어울리는 노래는 못 찾았다. 생각해 보면 이 노래를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점도 놀랍다.
3. 태양을 피하는 방법, 비
해안 초소 근무를 하는 기간에 많이 들었던 노래 중 하나가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너를 너무 잊고 싶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애를 써도
넌 내 안에 있어
비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춤추는 모습이 멋있었다. 해안 초소 근무 파견을 가면 낮에는 할 일이 많지 않았다. 운동하거나 책보거나 쉬는 게 전부였는데, 이때 이 노래 뮤직비디오를 몰래 보면서 따라 했다.
힘든 시기였는데 이 춤을 따라 하면서 스스로 힘을 얻으려고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군대를 피할 수 없으니 즐기려 했고 춤을 따라 하는 게 그 당시 내가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힘들었던 그 순간을 즐거운 기억으로 바꾸려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해결사'는 어쩔 수 없이 했지만 말이다.^^
비록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내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있다. 덕분에 작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소중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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