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오면 생각나는 군대 이제 감동과 낭만을 가져보자
며칠 전 올해 첫눈이 왔다.
겨울이 안 올 것처럼 따뜻하더니 갑자기 날씨가 급변하며 눈이 왔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눈이었다.
새벽에 눈이 오기 전 아들이 첫눈을 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하늘에서 그 말을 들었을까?
아들이 잠들고 새벽부터 눈이 내렸다.
내린 게 아니라 쏟아졌다.
새벽에 출근하는 아내가 눈이 왔다고 말해줬다.
'많이 왔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창밖을 봤다.
생각보다 많이 쌓인 눈을 보며 놀랐다.
첫눈인데 이렇게 많이 온다고?!
첫 눈을 보니 오랜만에 군대 기억이 났다.
군입대하고 처음 맞이한 겨울에 나는 일병이었다.
무슨 일이든지 해내야 하는 작대기 두 개.
군대 제설작업의 기억
난 강원도 고성에서 근무했다.
내무반에 적응하고 모든 일을 미친 듯이 해야 하는 일병 삼호봉이었던 것 같다.
겨울 어느날 새벽에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자고 있던 모두가 일어나서 제설작업에 투입됐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전 부대원이 눈을 쓸었다.
우리 소대는 부대 입구부터 막사까지 쌓인 눈을 치웠다.
일병이라 누구보다 열심히 제설작업에 참여했다.
다 같이 일렬로 서서 눈을 쓸었다.
2~3미터 전진하고 뒤를 보면 눈이 다시 쌓여있었다.
그럼 다시 쓸고 쌓이면 또 쓸었다.
1시간 정도 제설작업을 했지만 쓸고 지나가면 바로 쌓이는 눈 때문에 진전이 없었다.
결국 제설작업은 중단됐고 우리는 복귀했다.
다시 잠을 청했고 아침이 되었을 때 부대는 새하얀 세상이 되었다.
아침 먹고 바로 제설작업에 투입됐다.
부대 뒷쪽 훈련장소가 있는 산에 쌓인 눈을 치웠다.
올라가는 길부터 넓은 공터(?)까지 많은 눈이 쌓여있었다.
눈들을 치우면서 추운 겨울에도 땀을 엄청 흘렸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눈을 치운 적은 처음이었다.
일병이라는 직급은 무작정 열심히 눈을 치우게 만들었다.
썰매를 타며 노는 상병 말호봉과 병장들을 보면서 '나도 병장 달고 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계속 눈만 치웠다.
담배도 안피니 쉬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일과 시간이 끝날 때까지 치우고 치웠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 힘들었다. 온 몸은 땀범벅이 되었고 체력은 방전되었다.
빨리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조금 더 낭만적이 되어도 좋지 않을까
군대의 기억이 강렬해서였을까?!
한동안 첫 눈을 보면 제설작업했던 일만 기억났다.
눈 쓸고 뒤돌면 다시 쌓인 눈.
무릎까지 쌓인 눈을 치우면서 병장을 부러워했던 마음.
이런 추억 때문에 눈 내리는 걸 봐도 낭만보다는 한숨과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첫눈이 왔을 때 우리 애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빠, 눈 엄청 많이 왔어"
"세상이 하얗다"
반면에 나는 "길 미끄럽겠다"
"아내가 안전운전 해야할텐데" 라고 생각했다.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고 눈오면 길 더러워질 텐데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한다.
나도 어릴 때는 감탄과 감동을 먼저 했을텐데 지금은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이 먼저다.
첫눈을 보며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해 본다.
낭만적이 되어도 좋지 않을까?
감동과 감탄사가 먼저 나와도 되지 않을까?
아이들을 보며 나도 동심이 있었는지 되돌아본다.
옷이 젖든 신발이 더러워지든 상관없이 순수하게 즐겼던 내 마음.
머리에 눈이 쌓이면 쌓여서 즐겁고 추워도 친구와 아이스크림 먹으면 행복했던 때가 생각났다.
잊었던 동심을 떠올리며 감동과 낭만을 가져보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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