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 2016과 2024가 다른 점 그리고 미안함을 느낀 이유
지난주 토요일 네 식구가 국회 앞에서 진행된 촛불집회에 다녀왔다.
저녁 9시가 넘어서 국회 앞에 도착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인파가 국회 앞에 있었다. 수많은 불빛과 함성, 노랫소리가 상상보다 엄청났다.
우리가 도착한 후 얼마 안되서 탄핵소추안에 대한 결과가 발표됐다. 주변에서 많은 탄성과 아쉬움이 들렸다. 욕은 들리지 않았다. 발표 후에도 한동안 집회는 계속됐다.
집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날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축제 같은 촛불집회
2016년에도 두 아이를 데리고 촛불집회를 갔다. 5살 첫째, 16개월 된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광화문 거리로 나갔다.
인파가 많아서 지하철 타기도 앞으로 나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유모차를 보면 대다수 시민들이 길을 터줬다. 유모차를 들어서 옮겨주시는 분도 계셨다.
광화문에서 민중가요를 부르며 구호를 외쳤다. 어느 날은 걸어서 행진을 한 적도 있다. 엄숙하고 진중한 분위기 속에 질서 있는 촛불집회가 진행됐던 기억이 난다.
이번 촛불집회는 2016년과 많이 달랐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민중가요가 아닌 유명 아이돌 노래였다. 우리 아이들이 따라 부를 정도였으니 얼마나 달라졌는지 느낄 수 있었다. 유명한 노래가 개사되어 나올 때는 웃음이 나왔다. 센스가 남달랐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각자 손에 들고 있던 응원봉이었다. 촛불집회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이돌 응원봉이 진짜 많았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 장에 온 것처럼 각양각색 응원봉을 손에 들고 외치는 모습이 놀라웠다. 아이돌 응원봉을 집회에서 사용하게 될 줄 그들은 알았을까? 이런 아이디어는 누가 냈는지 대단하다.
8년 전에는 진짜 촛불을 들었다. 양초에 종이컵을 끼고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했다. 촛불을 흔들 수조차 없었다. 그저 위로 들어 구호를 외쳤을 뿐이다. 하지만 응원봉을 든 청년과 시민들은 신나게 손을 흔들면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진중하고 엄숙했던 기억 속 집회는 오래된 추억이 돼버렸다.
집회가 끝나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에도 젊은 사람들은 축제에 온 것처럼 노래를 부르며 마지막을 즐겼다. 가운데서 깃발을 흔들고 다 같이 둘러싸서 신나게 노래 부르며 다음을 기약하는 듯한 모습은 지금 집회에 온 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전에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조용히 집에 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결과를 떠나 축제의 아쉬움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내와 돌아가는 길에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고 생각보다 즐겁고 신나는 집회라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국회 앞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이날의 결과가 아쉽고 화가 났겠지만 집회에서 그걸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이 놀라웠다. 촛불집회를 축제처럼 즐기는 모습은 좋았다.
하지만 슬펐다. 우리 아이들에게 두 번의 집회를 참석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불과 8년 만에 다시 거리에 나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2016년보다 더 심각한 내용 때문에 추운 거리에 나오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들에게 좋은 나라,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이 슬펐다. 아이들은 첫 번째를 기억하지 못한다.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그러나 올해는 아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왜 자신이 늦은 밤 멀리까지 왔는지, 사람들이 응원봉을 들고 목이 쉬어라 외치는지.
즐거운 축제 같은 현장은 기분이 좋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이나 오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나 혼자 어찌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부모로서 미안하고 미안했다. 아이들이 걱정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 죄를 지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사회, 공정과 경쟁이 공존하는 사회를 남겨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슬프다.
좋은 나라가 되는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현재만 봤을 때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두 번이나 하게 해 줬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미래는 희망적이다.
촛불 집회에서 수많은 젊은 사람을 보면서 생각 없는 세대라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꼰대 같은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20대였던 청춘을 생각해 보면 그때 나보다 생각이 깊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클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단편적으로 이 세대를 바라본 나를 반성하게 됐다.
현장에서 직접 봤기에 이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아마 영상으로만 봤으면 느끼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희망적이다. 미래를 이끌고 나갈 젊은 세대에게 희망은 남아있다. 잘 모르겠다면 직접 현장에서 마주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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