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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시즈널 주차 및 카트 관리 여름 근무 후기

리프로드 2024. 12. 14.

올해 여름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추석을 준비하는 시즈널 직원으로 일했다.

 

부서는 F/E(Front-End)의 주차관리였다. F/E부서는 계산대에서 회원이 구입한 상품을 계산하고 입출금을 정산하는 부서다. 그 부서 안에 카트관리 부서가 포함되어 있다.

 

Cart(카트관리) 부서는 주차장의 카트를 회수하여 보관/대기 장소로 가져다 놓는 일과 주차장 출입구에서 차량을 안내하며 주차장을 깨끗이 관리하는 일을 한다.

 

7월부터 9월 추억 연휴 바로 전날까지 일했다. 한 번의 계약 연장으로 두 달 반정도 시즈널 직원으로 일했다. 그 시간 동안 무더위와 싸우며 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과정에서 마주했던 여러 회원들도 잊을 수가 없다.

코스트코-주차장-카트-정리

1. 더위와 싸움

주차장은 1층부터 4층까지 있다. 4층 옥상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여름에 엄청 덥다.

 

여름인 7월부터 추석 전까지 더웠다. 예전에는 추석이 되면 선선하고 긴팔과 코트를 입었는데, 이제는 추석이 되어도 반팔을 입을 정도로 날씨가 많이 급변했다.

 

카트관리하는 부서는 유일하게 반바지가 허락된다. 다른 부서는 면바지나 청바지에 카라티를 입어야 하지만 이곳은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어도 된다. 여름에 주차장이 정말 덥기 때문이다. 처음에 긴바지를 입었는데 정말 불편하고 덥고 답답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2번 긴바지를 입고 그 후로는 반바지만 입고 다녔다.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어도 30분만 일하면 온몸이 땀범벅이 됐다. 안전을 위해 조끼를 입고 무전기까지 착용하니 더 더웠다. 근무가 끝나고 옷을 보면 하얀 소금기가 옷과 바지에 남아있었다.

코스트코-온도계-34도

 

주차장이 막혀있는 건 아니지만 수많은 차량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인해 바깥 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까지 올라가곤 했다. 30도는 기본이고 34.5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2층 주차장이 가장 더웠는데 숨이 막힐 정도의 더위였다. 비가 와서 습한 날에는 꿉꿉함과 땀으로 인해 더욱 힘들었다.

 

일을 시작하고 일주일정도는 정말 힘들었다. 점심 먹고 쉴 때마다 낮잠을 잤다. 앉으면 잠이 쏟아질 정도로 피곤했고 그렇게라도 쉬지 않으면 남은 시간을 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얼음물은 수시로 마셨고 휴게실에 있는 이온 음료도 엄청 많이 마셨다.

 

폭염 경보, 주의보가 발령되면 쉬는 시간이 늘어났다. 작년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바뀐 규칙이라고 했다. 덕분에 자주 쉴 수 있었고 하루하루 근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 기억나는 회원

주차장 카트를 정리하다 보니 수많은 회원을 마주친다. 물건을 놓고 가는 사람, 차를 못 찾아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 불법 주차를 하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의 회원이 있다. 그중에서 나에게 행복한 추억을 남겨준 분들이 계신다.

1) 음료와 간식

카트를 정리하는 데 한 회원분이 오셔서 얼음물을 주고 가셨다. 더운데 고생이 많다면서 드릴게 이것밖에 없다고 하셨다. 나도 얼음물이 있었지만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어떤 분은 수박주스를 주셨다. 여름에 코스트코 푸드코트에서 수박주스를 판다. 그걸 사서 주신 거다. 2잔이나 주셨다. 덕분에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초콜릿을 주신 분도 계신다. 작은 초콜릿 몇 개를 주면서 고생 많다고 해주시는데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몸 쓰는 일을 하면 달콤한 간식이 먹고 싶을 때가 많다. 다리 아프고 지칠 때 초콜릿 하나는 큰 힘이 되기에 고마운 초콜릿이었다. 아껴 먹는다고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녹은 걸 먹었지만 말이다.

코스트코-회원-초콜릿

2) 쓰레기

코스트코는 대용량을 팔기 때문에 박스와 비닐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큰 박스 안에 여러 개의 물건이 있는데 큰 박스를 카트에다 버리고 가는 회원이 많았다. 박스 안 물건만 따로 차에 싣고 박스는 버리는 거다. 어떤 사람은 계란 담는 통을 가져와서 옮겨 닮는 것도 봤다. 야채도 다 뜯어서 통에 옮기고 포장지는 카트에 버리고 가기도 했다.

 

시식으로 먹은 종이컵을 버리는 건 귀여울 정도다. 주차장 가는 길에 휴지통도 있는데 꼭 카트에 두고 간다. 하나하나 치우는 것도 힘든 일이다.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쓰레기통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카트에다 버릴까. 집에서는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릴 텐데 여기서는 왜 그러는지 납득이 안된다.

코스트코-카트-종이컵-쓰레기

3) 카트

카트를 제자리에 놓지 않는 사람도 많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지만 나중엔 익숙해졌다. 워낙 그런 회원이 많기 때문이다. 위험한 곳에 놓고 가면 안 된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가버린다.

 

특히 차와 차 사이에 놓고 가는 게 가장 난감하다. 차가 안 나가면 카트를 꺼낼 수도 없고, 한 사람이 놓으면 다른 사람도 거기에 계속 쌓아놓는다. 그러면 차에 상처가 날 수도 있고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스트코-주차장-카트관리

 

그 당시 지점장은 카트를 아무 곳에나 놓는 것은 회원의 권리라고 말했다. 그게 왜 권리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물건을 사고 매출을 늘려주는 회원이라도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둬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나는 마트 가서 카트를 사용하면 꼭 반납하는 곳에 둬야지라고 말이다. 그리고 애들한테도 꼭 가르쳐줘야겠다고 다짐했다.

3. 후기

카트 관리 일은 단순하지만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자동차나 회원과 사고가 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바닥에 이물질은 없는지 신경도 써야 하고 불법주차는 없는지 도움이 필요한 회원은 없는지 등 지켜볼 일도 많다.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카트가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인사사고도 없도록 더 신경 쓴다.

 

넓은 주차장을 돌면서 카트를 수거해야 하니 하루에 2~3 만보정도 걷는다. 덕분에 하체는 튼튼해진 것 같다. 계속 걷고 옮기기에 몸은 힘들고 다리는 아프다. 장갑은 금방 해져서 자주 교체해줘야 한다. 겨울은 여름보다는 낫다고 들었다. 여름에는 무더위와 자동차 열기를 버텨야 한다.

코스트코-카트관리-장갑

 

힘든 부분이 많지만 단순 반복하는 일이라 잡념을 잊게 된다. 나도 일하면서 잡념은 사라지고 일에 집중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능률도 오르고 일에 대한 몰입이 어떤 건지도 미약하게나마 알게 됐다. 대신 일을 통한 성취감은 많지 않은 건 단점이라 하겠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 이 일을 또 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번 더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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